<짧게 알아보는 '석싱트'> 석싱트 대표 (@pumatheuma)와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은 석싱트를 ‘ZK 컴퓨터’라 소개한 점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증명할 수 있는 범용 계산 인프라”로 정의했습니다. 단순히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까지 확장할 수 있는 신뢰 인프라, 즉 데이터를 직접 노출하지 않아도 결과의 정당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라는 설명입니다. 석싱트 (@SuccinctLabs)의 핵심은 SP1입니다. 사용자는 데이터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계산을 수행하고, 그 결과가 정확하다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하더라도 지갑 잔액이나 거래 내역을 모두 공개할 필요 없이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고, 신분증을 제출하지 않고도 “21세 이상”임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석싱트는 zkSync나 StarkNet처럼 독립된 롤업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신 Arbitrum, Mantle, Polygon 등 다양한 네트워크가 ZK 기술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브리지, 데이터 검증, 신원 인증 등 인프라 레벨에서 활발히 협업하고 있습니다. 즉, 하나의 롤업 생태계를 키우기보다 여러 체인이 공유할 수 있는 ‘ZK 인프라 레이어’를 만드는 방향에 더 가깝습니다. 이더리움은 최근 L1 확장성과 보안 강화를 위해 ‘실시간 증명(Real-Time Proving)’을 로드맵에 포함시켰고, 석싱트는 이를 구현한 주요 팀 중 하나입니다. 또한 zkVM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에도 참여하면서, 이더리움이 지향하는 “확장성과 프라이버시의 동시 달성”이라는 방향성과 깊은 기술적 연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더리움의 밸리데이터 보상 구조 변화 가능성입니다. 현재 이더리움은 연간 공급량의 약 2%, 즉 약 50억 달러 규모를 밸리데이터에게 보상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만약 네트워크가 ZK 기반 보안 구조로 전환되어 이 보상의 10%만 프로버(Prover)에게 분배된다면, 연간 약 5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됩니다. 1%만 이동하더라도 5천만 달러 이상입니다. 이는 프로버 네트워크가 단순한 기술 인프라를 넘어, 이더리움의 보안과 확장성을 책임지는 새로운 참여 계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최근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석싱트는 ZK뿐 아니라 FHE(완전동형암호), ZK+TEE의 기술적 차이도 설명했습니다. FHE는 모든 연산을 암호화된 상태에서 수행하는 기술입니다. 데이터가 한 번 암호화되면 연산 과정 전체에서 절대 복호화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합니다. 서버나 운영자가 데이터를 엿볼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계산이 가능합니다. 다만 문제는 비용과 속도입니다. 암호 상태로 모든 연산을 처리하기 때문에 계산 시간이 기존 대비 수십~수백 배 느리고, 고성능 하드웨어가 필수적입니다. 복잡한 FHE 연산은 아직 실시간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기 어렵고, 개발 생태계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ZK+TEE 방식은 현 시점에서 가장 실용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조합은 TEE를 활용해 연산 중 데이터를 보호하고, ZK를 통해 결과의 정당성을 증명합니다. 즉,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저렴하게 계산하고, 검증자는 짧은 증거만 확인해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TEE는 하드웨어 신뢰에 의존하기 때문에 펌웨어 취약점이나 사이드채널 공격 같은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준에서는 비용·속도·확장성의 균형을 가장 잘 맞춘 해법으로 꼽힙니다. 석싱트의 ‘프라이빗 프로빙(Private Proving)’ 역시 이 구조 위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결국 FHE는 장기적 완성형 기술, ZK+TEE는 현 시점의 실용적 해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석싱트는 현재 ZK+TEE 조합을 통해 성능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FHE 기술이 성숙하면 이를 결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석싱트는 ‘ZK 컴퓨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드러내지 않고도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계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스케일링 로드맵과 방향성이 일치하고, 프로버 시장의 등장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석싱트의 기술적 기반은 장기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을 것 같습니다.